'함께 사는 지역사회를 향한 우리의 투쟁'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철역(혹은 기차역)을 상상할 수 있는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진 것도 누군가의 희생과 투쟁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삶을 꿈꾸며 길고 긴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이 옥천을 찾았다. 지난 19일 '옥천풀뿌리마을학교 동고동락'의 5번째 강사로 선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 차별 투쟁의 역사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운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박경석 교장이 상임공동대표로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장애인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지하도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1천842일,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진 농성은 지난 5일 정부와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약속하면서 해제됐다. 박 교장은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짚으며 장애인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980년대에는 경증 장애인을 중심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중증 장애인 중심으로 운동이 전개됐다"고 설명한 박 교장은 "그러나 최저임금 적용이나 대중교통 이용 등 여러 부문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등급제로 인해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지 못해 2014년 화재로 사망한 지체장애 3급의 송국현씨, 부양의무제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괴로워하다 숨진 송파 세모녀 사건 등을 예로 든 박 교장은 "여전히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음에도 지난 박근혜 정부는 '부정수급 색출', '세금 낭비' 등을 운운하며 이들을 '무임승차자' 취급했다"며 "최순실, 정유라나 이재용 등 이 사회의 진짜 무임승차자가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장은 '이동권 보장과 활동보조인 지원 제도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힘을 지탱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지난 5년간의 투쟁으로 이제야 간신히 장애등급제 폐지를 논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투쟁은 이와 함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중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도 이끌었다.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의 40% 정도가 무학이거나 초졸이고 70% 가량이 월 4회도 외출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이런 투쟁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교육, 여가 등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이 완전하게 참여하며 살아가는 삶은 이미 1980년대 유엔의 인권선언문 내용이었다"며 "이런 것이 그저 글자로만 남는 것이 아닌 실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해 나가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한편 옥천순환경제공동체가 옥천행복교육지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옥천풀뿌리마을학교 동고동락' 릴레이 강연은 오는 26일 막을 내린다. 26일에는 녹색당 이유진 탈핵특위위원장의 '탈핵과 에너지전환,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